오늘 간만에 큰아들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어요.
학교 가서 처음 사귄 친구이기도 하고 바로 앞 동에 살아 자주 왕래하며 지내온 친구라 맘 편히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큰아들은 평소하고 놀던 기차놀이를 할 생각에 들떠 있었고요.
하지만 이게 웬걸요.
그 친구가 오늘은 기차가 운행을 쉬는 날이라 기차를 가지고 못 논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이들의 놀이 세계이니 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제 아들 또한 당황해서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주저주저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그 아이는 레고를 꺼내어 놀기 시작했고 제 아들도 좀 떨어진 자리에서 레고를 가지고 놀았는데,
'이것은 만지면 안 된다', '여기에 와서 내가 만든 거 봐봐라.' 등 그 친구는 일방적으로 자기중심 놀이를 하더라구요.
저희 아들... 좀 소심합니다.
뿔이 난 우리 아들은 분노해서 날뛰기 시작했고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면 뭘 놀라는 거냐고 괜히 저한테 막 덤벼들더라고요.
저도 그런 상황은 처음이라, 그럼 오늘은 이만 놀고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자기 말에 따라 안 놀아준다고 방문을 쿵쾅 닫고 저희 아들은 저희 아들 대로 제대로 못 놀았다고 난리고... 한마디로 양쪽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할머니(맞벌이 부모님 대신 조부모님이 낮에 봐주고 계십니다.)께서 그러시더군요.
"깨지고 붙어야 친구가 되지. 다 풀고 가자."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이신 할머니께서는 손자에게 다가가선 "네가 초대를 해놓고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하니 친구가 속상해서 삐지지 않았느냐", 제 아들에겐 와선 "속상했구나, 그래도 다 풀고 가자. 네가 오는 여기 와서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하고 가자."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 아들은 만들던 레고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고, 그 친구는 어느새 살며시 다가와 제 아들을 도와 함께 레고를 만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십여분 지났을까 평소대로 아이들은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중간에 제 아들을 억지로라도 그 집에서 데리고 나왔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대로 데면데면하게 내일 개학을 맞이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교사 출신 할머님의 지혜가 빛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는 그런 상황이 되니 8살이면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삐진단 말이야? 싶더라고요.
저희 아들 어릴 적 별명이 '삐돌이'였습니다.
동생이 생길 무렵부터 어찌나 잘 삐졌는지 모릅니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엄마의 속을 뒤집어 놓기 일쑤였죠.
그럼 오늘은 다음번 상황을 대비해서 삐진 아이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삐진 아이, 토라진 아이 대처법
1. 과하게 아이의 편에서 과잉 반응하지 말자.
‘친구가 나빴네’, ‘그 친구가 문제구나!’라고 하는 지나친 동조와 과잉보호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타인의 상황이나 맥락을 고려 못한 채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행동을 갖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과하게 옹호하는 대처가 반복되면 아이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해결하려 하기보다 남의 탓을 하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2. 아이의 상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자.
지나친 동조가 아닌 아이의 입장을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속상했나 보다, 화가 많이 났었구나!’라며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정서를 그대로 읽어주고 수용해 줄 때 아이는 왜 그렇게 삐졌었는지 비로소 이야기할 준비를 합니다. ‘왜 그렇게 삐지는 거야.’ ‘계속 삐지면 친구들이 싫어해’라고 한다면 아이가 그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표현할 동기를 저하할 수 있습니다.
3. 구체적인 공감이 끝나면 상황에 대한 설명과 피드백을 해주자.
‘아까 엄마가 이야기를 안 들어줘서 삐졌구나. 그런데 00이도 신나게 놀 때 엄마가 불러도 잘 안 들리는 것처럼, 엄마도 일하느라고 잘 듣지 못했어’라며 감정이 처리된 후 그 상황에 대해 다시 재평가할 수 있도록 돕도록 합니다. 자신의 관점만이 아닌 타인의 관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4. 속상한 마음 읽어주기.
언어표현이 능숙한 아이라면 ‘속상한 마음이 들었어?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라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어표현이 미숙한 경우에는 속상한 기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봐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속상한 기분이 1부터 10까지면 어느 정도 속상했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은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해보도록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5. 기분이 풀리면 다시 와서 이야기하자고 권유하자.
온갖 방법에도 달래지지 않고 계속 토라져 있다면 여러 번 설득하고 권유하기보다 많이 웃으며 부드럽게 ‘너무 속상해 말하기 싫구나. 기분이 나아지면 다시 말해줘 기다릴게.’ 그 후 아이가 진정되고 다가오면 칭찬해주고 반가워해 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제 기분이 조금 나아졌구나. 어떤 부분이 속상했는지 궁금하네!’라고 다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과도하게 토라지고 또래 관계에서 수용이 떨어진다면 전문 기관을 통해 사회성을 검사해보고 적절한 개입을 받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그 후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다음날 등굣길에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둘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기하며 신나게 등교 하더라구요.
내일 학교에 가서도 토라져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건 엄마의 기우였답니다.
역시 애들은 깨지고 붙어야 여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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